국회의원 면책특권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밖에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헌법상의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의 자유토론과 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야당을 보호하기 위한 대의민주정치의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다. 국회의원의 직무와 무관한 발언은 면책특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타인의 사생활에 대한 발언은 면책특권에 의해서 보호할 가치가 없다. 우리 국회법이 의원은 국회 회의에서 타인을 모욕하거나 타인의 사생활에 대한 발언을 하지 못하게 한 것도 그 때문이다. 독일 기본법은 모욕적인 발언을 면책특권의 보호대상에서 아예 제외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국회 내에서 타인의 범죄혐의나 비리에 대한 발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발언이 면책특권의 보호대상이 되려면 명백한 증거제시에 의해서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욕 내지는 명예훼손에 해당해 국회법이 금지한 발언일 뿐 아니라 면책특권의 적용대상도 아니다.
또 면책특권의 효력은 국회 외에서의 법적 책임에만 미치므로 정치적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또 국회 내에서의 자율적인 징계 등의 책임추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면책특권을 악용하는 우리 대의정치의 후진적인 악습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면책특권을 내세워 구체적인 정책과 무관하게 타인을 모욕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무책임하게 남용하는 행위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면책특권의 헌법적인 한계에 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국회의원의 국회 내 발언에 관한 부분이 문제다. 정책표결에 대한 면책특권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국회의원의 국회 내 발언은 표현의 자유의 범위에 속하는 일이어서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의 기능상의 상호관계에 관한 검토가 필요하다. 헌법은 모든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이제 단순한 자유권의 하나에 그치지 않고, 국민주권의 대의민주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일 뿐 아니라 매일 되풀이되는 국민투표적 수단이자 순화된 저항권 행사의 수단이기도 하다. 나아가 통합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확인해야 하는 국민의 공감적 가치의 인식 창구이기도 하다.
헌법은 이처럼 중요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아니 된다는 헌법적인 한계를 명백히 밝히고 있다. 국회의원은 주권자인 국민이 한시적으로 위임한 국정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면책특권을 보장받고 있다. 그렇다면 의원의 정책관련 원내발언에서도 표현의 자유에 관한 헌법적 한계규정은 존중해야 한다.
주권자에게는 금지된 표현행위가 국민의 수임자인 국회의원에게는 허용되고 심지어 면책특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주객이 전도된 헌법 인식이다. 주인인 국민이 자신에게는 금지된 명예훼손 등의 표현을 국회의원은 제한 없이 할 수 있도록 그에게 국정을 위임했다는 식의 면책특권의 해석은 대의(代議) 정신의 왜곡이며 올바른 통일적인 헌법 해석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