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수퍼마켓인 이마트가 최근 피자 판매에 나선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가 피자 전문점의 절반도 안 되는 값에 피자를 팔기 시작하면서 소규모 피자가게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당직자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이마트에 피자를 공급하는 회사는 신세계 그룹 대주주의 동생이 소유하고 있다. 조선호텔에서 분사(分社)한 이 회사는 이마트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에 빵을 독점 공급해 지난 5년 동안 매출과 주식 가치가 2배 가까이 뛰었다.

현대차 그룹은 완성차와 부품, 철강제품 운송업무를 한 계열사에 몰아주고 있다. 덕분에 이 회사는 2001년 설립 이후 10년 만에 매출이 16배나 불어났고, 시가총액 6조원이 넘는 대기업으로 컸다. 이 회사의 지분 절반을 갖고 있는 대주주 일가도 큰돈을 벌었다. GS그룹은 계열사의 원료 운송업무를 알선하는 것만으로 연간 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대주주의 열 살도 안 된 손자 2명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효성은 한 계열사 지분 40%를 총수의 세 아들에게 주식 액면가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값에 넘기고 이 회사에 현금지급기 사업을 떼줬다.

국내 대부분 재벌 기업에서 총수의 2세, 3세들이 비(非)상장 기업 주식을 헐값에 넘겨받은 후, 계열사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기업 규모를 키운 뒤 주식 공개로 재산을 불리고, 경영권을 물려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대주주 일가의 이런 손쉬운 돈벌이는 회사와 다른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빼먹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뿌리에 상처를 내고,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비(非)도덕적 행위다.

미국에서는 이사, 임원 또는 지배주주가 개인적 이익을 위해 회사의 유망한 사업 기회를 가로채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법무부도 지난 2007년 '회사기회 유용금지' 조항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3년 넘게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재벌 2~3세들의 반칙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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